선비, 경주 한 번쯤은 다녀와보셨나? 황남빵 한 상자 사들고, 첨성대 앞에서 인증샷 찍고... 여행 코스가 늘 비슷하더군. 맛집을 찾아가도 어쩐지 다른 도시에서도 맛볼 수 있는 음식들뿐이고.

나도 여기를 방문하기 전까지는 그랬다네. '이번엔 뭔가 다른 걸 경험해보고 싶다' 하는 마음으로 찾아간 곳이 있는데... 바로 '경주식회사'라는 양조장이라네.

이름을 풀어보면 재밌더군. '놀랄 경', '술 주', '밥 식' - 놀라운 술과 음식을 만들겠다는 뜻을 담고있지. 이곳은 경주 지역 특산물로 만드는 '크래프트 막걸리'가 유명한데, 양조장만의 특별한 맛을 선보이고 있지.

공간도 인상적이었다네. 어두운 돌벽 사이로 은은하게 빛나는 막걸리 서버들과 깔끔한 유리잔들이 눈에 들어왔는데, 전통 문양의 격자문과 바 테이블이 묘하게 어우러져 있었다네.

경주식 양조장은 '희로애락'이라는 테마로 각기 다른 막걸리를 만들고 있는데, 그 중 깁모어 막걸리 '희' 가 특히 인상적이었다네. "경주에서 체리가?" 하고 놀랐더니, "경주에서 한라봉도 난다고?" 하며 한 번 더 놀랐지. 더 특별한 건 깁모어 막걸리 '희' 시리즈는 시즌 상품으로 그 해 수확한 제철 과일만 활용한다더군.

한 잔씩 맛보니 왜 이런 이름을 붙였는지 알 것 같았네. 기쁨을 담은 체리와 신라봉(경주봉) 막걸리는 마실 때마다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맛이었네. 체리 막걸리에선 적당한 산미와 과일의 새콤달콤함이, 신라봉에선 상큼한 시트러스 향과 끝에 남는 씁쓸함이 매력적이었지. 두 술 모두 스파클링 막걸리라 탄산의 청량감도 있어서 맛있게 마실 수 있었다네.